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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이캐스팅 현장은 고온의 용탕, 반복적인 취출 작업, 이형제 스프레이의 열기와 증기가 뒤섞인 환경이다. 오랫동안 이 공정은 사람 손에 의존했고, 작업자 한 명이 취출부터 트리밍, 냉각수 침지까지 연속으로 소화했다. 그런데 로봇 자동화 라인을 구축한 이후 현장이 달라졌다. 단순히 인원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그 인원이 외관검사 공정으로 재배치되면서 품질관리 체계 자체가 바뀌었다. 생산성과 품질이 동시에 올라가는 구조를 직접 경험하면서, 자동화가 인력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력을 더 가치 있는 위치로 이동시킨다는 것을 확인했다.

    다이캐스팅 공정에서 자동화가 필요한 이유

    다이캐스팅은 구조상 자동화와 궁합이 잘 맞는 공정이다. 고압으로 용융 금속을 금형 캐비티에 주입하고, 응고 후 취출하고, 이형제를 분사하고, 트리밍으로 버(Burr)와 런너를 제거하는 일련의 작업이 수십 초 단위로 반복된다. 소형 핫챔버 다이캐스팅 장비 기준으로 한 교대 동안 3,000회에서 7,000회 주조가 가능할 정도로 사이클이 짧다. 이 말은 사람이 그 속도를 따라가려면 한 작업자가 쉬지 않고 반복 동작을 수행해야 한다는 의미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취출 시점의 금형 온도는 수백 도에 달하고, 이형제 스프레이 작업 중에는 화학 물질 노출 위험이 있다. 이런 환경에서 사람이 집중력을 유지하며 장시간 작업하기는 어렵다. 피로가 쌓이면 취출 타이밍이 흔들리고, 냉각 시간이 일정하지 않게 되며, 결국 제품 품질의 편차로 이어진다. 자동화 라인 구축의 출발점은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라 이 구조적 취약점을 해소하는 데 있었다.

    국내 다이캐스팅 현장의 인력 문제

    국제로봇협회(IFR)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 한국의 제조업 로봇 밀도는 근로자 1만 명당 1,012대로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 수치 뒤에는 인력난이라는 현실적인 배경이 있다. 다이캐스팅 현장은 고온, 중량물, 반복 작업이 결합된 공정 특성상 신규 인력 유입이 쉽지 않다. 숙련 작업자가 퇴직하면 그 공백을 메우기 어렵고, 경험치에 따라 제품 품질이 달라지는 구조도 문제였다. 로봇 자동화는 이 인력 의존성을 줄이고, 공정을 표준화하는 동시에 남은 인력을 더 부가가치 높은 업무에 투입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준다.

    자동화 라인 구축 후 생산성 변화

    취출 로봇을 도입하면서 사이클 타임의 안정성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사람이 취출 할 때는 작업자의 컨디션, 교대 전후 집중력 저하, 설비 감시 중 발생하는 일시적 공백 등으로 사이클 타임이 ±3초 내외에서 흔들렸다. 로봇 도입 후에는 이 편차가 거의 없어졌다. 사이클 타임이 안정되면 생산 계획도 그만큼 정밀해진다. 교대 근무별 생산 수량이 예측 가능해지고, 불필요한 재고 완충이 줄어들었다.

    자동화 라인 전환 사례를 보면 수치로도 확인된다. 한 제조 현장의 경우 공정 자동화 후 생산성이 56% 향상되고 불량률이 58% 감소했다는 실증 결과가 나왔다. 또 다른 공정 모델 도입 사례에서는 투입 인력이 4명에서 1명으로 줄었고, 원가절감은 월 1,600만 원에서 400만 원으로 75% 낮아진 결과가 보고됐다. 개인적으로 현장에서 확인한 변화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로봇이 24시간 동일한 속도로 취출 작업을 수행하면서 야간 교대 시간대에도 낮 시간과 동일한 생산량을 유지할 수 있었다.

     

    다이캐스팅 라인에서 취출 로봇이 주물을 꺼내는 자동화 공정 장면
    다이캐스팅 라인에서 취출 로봇이 주물을 꺼내는 자동화 공정 장면

     

    이형제 스프레이 자동화가 가져온 부가 효과

    취출 다음으로 자동화 효과가 컸던 구간은 이형제 스프레이 공정이었다. 사람이 스프레이 건을 들고 분사하면 작업자마다 분사량과 도포 위치가 미묘하게 달랐다. 이 편차가 제품 표면의 이형 상태를 들쑥날쑥하게 만들었고, 금형 수명에도 영향을 줬다. 로봇이 정해진 궤적으로 일정량을 분사하게 되면서 이형제 사용량이 약 15~20% 줄었고, 금형 표면 품질도 안정됐다. 스프레이 작업 중 화학 물질 노출에서 작업자가 해방된 것도 중요한 변화였다.

    인원 재배치가 만들어낸 품질관리 구조의 변화

    자동화 라인 구축 전에는 취출, 냉각, 트리밍, 적재까지 한 작업자가 모든 공정을 담당하다 보니 외관검사에 할당할 여유가 없었다. 불량품이 다음 공정으로 넘어가거나 심한 경우 출하 직전에 발견되는 일이 반복됐다. 로봇이 반복 공정을 전담하면서 기존 작업 인원이 외관검사 전담으로 재배치됐다. 단순히 한 명이 더 검사를 한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집중적으로 제품을 들여다볼 수 있는 환경 자체가 만들어진 것이었다.

    결과는 명확했다. 외관검사 전담 인원이 생기면서 게이트 부위 버(Burr) 잔류, 미세 크랙, 수축 흔적 등 기존에 놓쳤던 불량 유형이 조기에 걸러지기 시작했다. 불량 유형이 기록으로 누적되면서 어떤 공정 조건에서 특정 불량이 많이 발생하는지 패턴도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이 데이터는 공정 조건 개선에 직접 반영됐다. 자동화 이전에는 불량 데이터 자체가 제대로 수집되지 않았으니, 이 변화가 얼마나 큰 의미를 갖는지는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디버링 공정 자동화의 현재와 과제

    다이캐스팅 후처리 공정 중 마지막 자동화 난관은 디버링이다. 가공 후 부품 표면에 남은 미세 돌기를 제거하는 이 공정은 부품 형상이 복잡하고 버의 위치가 일정하지 않아 자동화가 가장 어렵다. 알루미늄 다이캐스팅 전문기업 세아메카닉스는 두산로보틱스와 협력해 AI 비전으로 미세 결함을 식별하고 실시간으로 가공 경로를 수정하는 AI 로봇 디버링 자동화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이 기술이 실현되면 디버링 작업에 100명이 투입되는 공장에서 80명 이상을 줄일 수 있다고 전망된다. 다이캐스팅 자동화의 마지막 퍼즐 조각이 맞춰지는 것이다.

    자동화 전환 과정에서 실제로 겪은 시행착오

    자동화 라인이 처음부터 순탄하게 돌아간 것은 아니었다. 로봇 도입 초기 가장 큰 문제는 그리퍼(Gripper) 설계였다. 취출 로봇이 주물을 잡을 때 부품 형상이나 취출 각도에 따라 파지 위치가 조금씩 달라졌는데, 초기 그리퍼로는 이 편차를 수용하지 못해 취출 실패가 반복됐다. 공압식 그리퍼를 서보 구동형으로 교체하고, 부품 위치 감지를 위한 센서를 추가한 뒤에야 안정적인 취출이 가능해졌다.

    또 하나는 기존 작업자와의 협력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었다. 로봇이 들어오면 작업자가 일자리를 잃는다는 불안감이 현장에 있었다. 도입 초기에 재배치 계획을 명확히 공유하고, 외관검사 기준서 작성과 교육을 함께 진행하면서 이 우려를 해소해나갔다. 작업자가 검사 기준을 직접 만들어가는 과정에 참여하게 하자 오히려 자동화 라인 운용에 더 적극적으로 협력하게 됐다. 자동화는 기술 도입만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 운영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을 그때 분명히 느꼈다.

    자동화가 만들어가는 다이캐스팅 현장의 미래

    2025년 현재 글로벌 산업용 로봇 시장은 약 500억 달러 규모로 연평균 10% 이상 성장하고 있다. 특히 협동로봇 분야는 연평균 20% 이상의 고성장을 유지하고 있으며, AI 비전 검사 시스템과 결합한 스마트 자동화가 다이캐스팅을 포함한 뿌리산업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노코드 프로그래밍의 확산으로 전문 엔지니어 없이도 로봇을 운용할 수 있는 환경도 갖춰지고 있어, 중소 규모 다이캐스팅 업체의 자동화 진입 장벽도 낮아지는 추세다.

    다이캐스팅 자동화는 인력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인력이 머물 위치를 바꾸는 과정이다. 고온 환경에서 반복 동작을 수행하던 자리를 로봇이 대신하고, 사람은 제품 품질을 판단하고 공정을 개선하는 역할로 이동한다. 그 전환이 제대로 이루어질 때 생산성과 품질이 함께 올라가는 선순환이 만들어진다. 자동화 도입을 고민 중이라면 기술 선택보다 인원 재배치 계획과 품질 체계 설계를 먼저 그려보는 것을 권한다. 기술은 그 그림을 실현하는 수단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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