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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캐스팅 조건을 잡을 때 압력부터 높이는 방향으로 접근하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증압을 올려도 기공이 줄지 않고, 버(burr)가 늘어나면서 금형 수명까지 짧아지는 상황이 생긴다. 압력과 속도는 순서를 가지고 조율하는 변수다. 어느 쪽을 먼저 고정하고 어느 쪽을 조정 여지로 남겨둘지가 조건 설정의 핵심이다. 이 글은 고속 충전 속도와 증압 설정, 저속·고속 전환 위치를 실제로 어떤 순서로 잡아가는지를 현장 사례 흐름으로 정리한다.
증압을 올렸는데 기공이 줄지 않는다면
기공 불량이 반복될 때 증압 압력을 단계적으로 높이는 시도를 하는 경우가 많다. 논리는 단순하다. 응고 전에 더 강한 압력으로 금속을 눌러주면 기공이 줄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런데 실무 사례를 보면 증압을 올려도 기공 위치만 바뀌고 총량은 비슷하게 유지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고속 구간 속도를 낮추고 충전 시간을 늘리는 방향으로 전환하면 기공이 실질적으로 감소하는 경우가 있다. 증압은 충전이 제대로 이루어진 다음 효과를 내는 변수다. 충전 속도 프로파일이 맞지 않은 상태에서 압력만 올리면, 응고 중인 금속을 강하게 누르는 것일 뿐 기공 발생 경로를 해소하지 못한다.
CASTMAN 기술 자료(2025)에서는 고온·고속의 알루미늄 흐름 자체가 금형에 연마 및 침식 복합 마모를 유발한다고 설명하며, 과도한 압력 조건이 이 마모를 가속한다는 점을 확인하고 있다. 압력을 올리기 전에 충전 속도 설정이 먼저라는 판단은 이 맥락에서도 유효하다.
과도한 압력이 만드는 세 가지 문제
압력을 필요 이상으로 높이면 기공 감소 효과보다 부작용이 먼저 나타난다. 실제 경험을 기반으로 정리하면 세 가지 방향으로 문제가 발생한다.
첫 번째는 버(burr) 증가다. 사출 압력이 금형 체결력보다 과도하게 높아지면 파팅면(parting line) 사이로 용탕이 밀려 들어간다. 버가 늘어나면 후공정 제거 작업이 늘고, 파팅면 마모가 빨라진다. 두 번째는 치수 불량이다. 버가 반복되면 금형 파팅면이 국소적으로 눌리고 변형된다. 이 변형이 제품 두께 편차로 이어지며, 같은 조건으로 생산해도 쇼트마다 치수가 달라지는 상황이 생긴다. 세 번째는 게이트 침식이다. 용탕이 고압으로 게이트를 통과할 때 유속이 높아지고, 이 흐름이 게이트 주변 강재를 지속적으로 마모시킨다. 게이트 단면이 커지면 충전 속도 계산값이 맞지 않게 되고, 이후 조건 설정이 더 어려워진다.
이 세 가지는 압력이 높아진 직후보다 수백~수천 쇼트 누적 이후에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초기 셋업 단계에서 발견하지 못하고 양산 중에 문제가 커지는 패턴이 반복된다.

저속·고속 전환 위치가 속도 수치보다 중요한 이유
신규 금형 셋업 시 고속 전환 위치를 게이트 직전으로 잡았을 때 충전 균일도가 안정되는 사례가 있다. 반대로 전환 위치를 게이트보다 일찍 잡으면 고속 구간에서 압력이 캐비티에 도달하기 전에 분산되고, 살 두께 구간마다 충전 편차가 생긴다.
저속 구간에서는 속도를 낮게 유지하면서 슬리브 안의 공기를 밀어내는 것이 목적이다. 이 구간 속도가 너무 빠르면 공기가 용탕에 휩쓸려 캐비티 내부로 유입된다. 국내 알루미늄 주조업 기술 자료에 따르면 저속 사출 속도는 슬리브 충진율 0.7 × √팁 경 공식을 기준으로 산출하며, 슬리브 충진율은 30~50% 범위를 권장한다. 이 범위를 넘기면 가스 배출 여유가 사라진다.
고속 구간으로 전환한 뒤에는 게이트 속도가 충전 품질을 결정한다. 일반적으로 게이트 속도는 40~60m/s 범위를 기준으로 잡는다. 이 수치는 고정값이 아니라 제품 살 두께, 합금 유동성, 금형 온도 조건에 따라 좁히는 범위다. 속도 수치 자체보다 전환 위치와 타이밍이 충전 결과를 더 크게 좌우한다는 점은, 계산값만으로 조건을 잡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조건을 잡아가는 실제 순서
압력과 속도를 동시에 조정하면 어느 쪽이 결과에 영향을 준 건지 파악하기 어렵다. 현장에서 현실적으로 쓸 수 있는 점검 순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저속 속도 고정 → 슬리브 충진율 기준으로 계산 후 공기 배출 상태 확인
- 고속 전환 위치 설정 → 게이트 직전 기준으로 시작해 충전 균일도 확인
- 고속 속도 조정 → 게이트 속도 목표 범위(40~60m/s) 안에서 미성형 여부 확인
- 증압 설정 → 충전이 안정된 이후 기공 잔존 여부에 따라 단계적으로 조정
증압은 이 순서의 마지막에 온다. 충전 속도 프로파일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증압을 먼저 건드리면 기공은 줄지 않으면서 압력 관련 부작용만 쌓인다. 한 번에 하나의 변수만 수정하고 쇼트 결과를 확인하는 방식이 원인과 결과를 추적하는 데 유일하게 신뢰할 수 있는 방법이다.
압력·속도 설정 자주 묻는 질문
증압을 높일수록 기공이 줄어드는가?
충전이 제대로 완료된 상태라면 증압을 높이면 수축 기공은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충전 속도 프로파일이 맞지 않은 상태에서는 기공 위치만 바뀌고 총량은 비슷하게 유지된다. 증압 조정은 충전 조건이 안정된 이후 마지막 단계로 접근하는 것이 적합하다.
버(burr)가 늘어나면 압력을 낮추면 되는가?
버 증가의 원인이 과압인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 사출 압력이 형체력 대비 과도한 경우라면 압력을 낮추거나 형체력을 재검토한다. 금형 파팅면 마모가 원인인 경우에는 압력 조정만으로 해결되지 않으며 금형 정비가 병행되어야 한다.
게이트 침식은 어떻게 늦출 수 있는가?
게이트 통과 유속을 목표 범위(40~60m/s) 안에서 관리하는 것이 기본이다. 유속이 과도하면 침식이 빠르게 진행되고 게이트 단면이 커지면서 이후 조건 설정이 틀어진다. 게이트 부위 강재 표면 처리나 코팅 적용도 침식 속도를 늦추는 보완 방법으로 활용된다.
고속 전환 위치는 어떻게 초기값을 정하는가?
일반적으로 게이트 직전 위치를 초기 기준으로 설정한다. 이후 충전 파형을 확인하며 전환 위치를 앞뒤로 조정한다. 전환이 너무 이르면 고속 압력이 게이트 도달 전에 분산되고, 너무 늦으면 충전 속도 상승이 불충분해 미성형이 생긴다.
이 내용을 확인한 뒤에는 조건 변경 시 저속 속도·전환 위치·고속 속도·증압 순서로 수정 이력을 따로 기록해 두면, 다음 금형이나 동일 금형 재셋업 때 출발점을 잡는 시간이 크게 줄어든다.
압력은 마지막에 올린다
다이캐스팅 조건 설정에서 압력을 먼저 높이는 접근은 결과보다 부작용이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버 증가, 금형 파팅면 마모, 게이트 침식은 압력이 과도해질 때 누적되는 문제들이다. 저속 구간에서 공기를 밀어내고, 전환 위치를 게이트 직전으로 맞추고, 고속 속도로 충전을 완성한 뒤 증압을 마지막으로 조정하는 순서가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기준이다. 수치를 외우는 것보다 순서를 지키는 것이 조건 설정의 본질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