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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캐스팅 현장에서 기포 불량이 반복될 때, 가장 먼저 들여다봐야 할 곳은 사출 속도와 압력 설정이다. 원자재를 바꾸거나 금형을 수정하기 전에, 공정 파라미터 자체가 불량의 근본 원인인 경우가 생각보다 훨씬 많다. 게이트 통과 시점의 속도, 캐비티를 채우는 고속 사출 구간, 충전 완료 후 증압 타이밍, 이 세 단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같은 금형으로도 불량률이 수십 퍼센트 이상 달라지는 걸 실제로 경험했다. 이 글에서는 사출 속도와 압력이 제품 품질에 어떤 경로로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기포와 수축 기공을 줄이기 위해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단계별로 풀어낸다.
다이캐스팅 사출 공정의 세 구간과 각 역할
고압 다이캐스팅(HPDC)의 사출 공정은 크게 저속 구간, 고속 구간, 증압 구간으로 나뉜다. 이 세 구간은 각각 독립적으로 설정되며, 하나라도 균형을 잃으면 품질 문제로 이어진다. 용융 금속은 일반적으로 초속 10~50m 수준의 속도로 캐비티에 주입되고, 사출 압력은 20~150 MPa 범위에서 운용된다. 수치만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제품 형상과 두께, 합금 종류, 금형 온도에 따라 최적값이 크게 달라진다.
저속 구간: 슬리브에서 게이트까지
플런저가 움직이기 시작하는 슬리브 구간에서 게이트 직전까지는 저속으로 이동해야 한다. 이 구간에서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면 슬리브 안에 있던 공기가 용탕 속에 말려 들어가 가스 기공의 씨앗이 된다. 반대로 너무 느리면 용탕이 슬리브 벽면에서 조기 응고되어 냉경(cold shot)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슬리브 예열 온도는 150~250°C 수준으로 관리하는데, 예열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저속 구간을 단축하려 하면 두 가지 문제가 동시에 터진다. 조기 응고와 가스 포집이 함께 발생하는 최악의 조합이다. 저속 구간의 목적은 속도를 느리게 두는 것이 아니라 공기를 말아 들이지 않으면서 용탕을 안정적으로 게이트까지 이송하는 것임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고속 구간: 게이트 통과 후 캐비티 충전
게이트를 통과하면서 플런저는 고속으로 전환된다. 이 고속 구간이 캐비티 충전의 핵심이다. 충전 시간은 통상 수십에서 수백 밀리초 수준으로, 이 짧은 시간 안에 용탕이 캐비티 전체를 완전히 채워야 한다. 충전 속도가 부족하면 용탕 선단이 식으면서 웰드 라인이나 콜드셧이 생기고, 반대로 너무 빠르면 난류가 발생해 공기를 가두는 가스 기공이 늘어난다.
게이트 단면적과 플런저 속도의 관계에서 게이트 통과 속도(게이트 속도)가 결정된다. 게이트 속도가 지나치게 높으면 용탕이 게이트에서 분무(atomization)되면서 공기 포집이 급격히 늘어난다. 반면 게이트 면적 대비 플런저 속도를 적절히 조율하면, 같은 충전 시간을 유지하면서도 난류 발생을 억제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게이트 속도를 조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플런저 속도만 높이는 접근이 가장 흔한 실수라고 생각한다. 두 수치를 함께 검토하는 것이 기본이다.

증압이 기포와 수축 기공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
충전이 끝난 직후 적용하는 증압(intensification pressure)은 기포 불량 억제에서 가장 강력한 수단 중 하나다. 캐비티가 채워진 상태에서 용탕이 응고되기 시작하면 금속 수축이 발생하는데, 이 수축 공간을 채워주지 못하면 수축 기공이 된다. 증압은 응고 중인 금속에 강한 압력을 유지해서 이 수축 공간을 지속적으로 보충해 주는 역할을 한다.
증압 타이밍과 압력 수준 설정
증압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타이밍이다. 충전 완료 후 응고가 너무 진행된 다음에 증압을 걸면 이미 표면층이 굳어버려 압력이 내부로 전달되지 않는다. 반대로 너무 이른 시점에 과도한 압력을 가하면 금형 파팅 라인에 버(flash)가 발생하거나, 아직 유동성이 남아 있는 구간에서 용탕이 역류하는 문제가 생긴다.
현장에서 흔히 쓰는 기준은 충전 완료 시점으로부터 0.05~0.2초 이내에 증압이 개시되어야 내부 기공 억제 효과가 충분히 발현된다는 것이다. 이 타이밍 창이 매우 좁기 때문에, 기계의 증압 응답 속도와 유압 시스템 상태가 설정값 못지않게 중요하다. 실제로 유압 누유나 어큐뮬레이터 압력 저하로 증압 응답이 0.1초 지연되는 것만으로도 내부 기공률이 눈에 띄게 올라가는 경우를 여러 번 겪었다.
- 증압 압력 부족: 수축 기공이 두꺼운 단면부에 집중 발생하며, 엑스레이 검사에서 불규칙한 형태의 공극으로 나타난다.
- 증압 타이밍 지연: 표면층 응고 후 압력 전달이 차단되어 내부 기공 억제 효과가 소실된다.
- 과도한 증압: 파팅 라인 버 발생, 금형 손상 가속, 이젝터 핀 주변 변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출 속도 다단 프로파일 설계 방법
단일 속도로 사출하는 현장은 이제 많지 않지만, 다단 프로파일을 설정해 두고도 구간별 전환 위치(스트로크)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는 경우는 여전히 흔하다. 속도 프로파일을 만들어놨다고 끝이 아니라, 각 전환 위치가 실제 캐비티 충전 상황과 맞아떨어지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반드시 따라와야 한다.
구간별 속도 설정 원칙
슬리브 구간(저속 1단)에서는 공기 말림 방지를 최우선으로 한다. 이 구간의 속도는 용탕이 슬리브를 채우는 속도에 맞춰 플런저가 움직이는 수준, 즉 용탕 표면이 파도치지 않도록 제어하는 것이 목표다. 이후 게이트 진입 직전에 가속을 시작해 게이트 통과 시점에는 설정된 고속 값에 도달해 있어야 한다. 가속 구간이 너무 짧으면 게이트 앞에서 속도 부족으로 충전 압력이 낮아지고, 너무 길면 저속 구간의 의미가 사라진다.
고속 구간이 끝나는 충전 말기에는 다시 감속하거나 절환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캐비티가 약 85~90% 충전된 시점에서 과충전과 버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속도를 낮추고, 이 시점을 기준으로 충전에서 증압으로의 전환이 이루어진다. 이 절환 위치(V/P 전환점)가 실제 캐비티 충전 비율과 얼마나 정확하게 일치하는지가 불량률을 좌우하는 핵심 포인트다.
불량 유형별 속도·압력 조정 방향
기포 불량이 모두 같은 원인에서 오는 건 아니다. 가스 기공, 수축 기공, 콜드셧은 각각 발생 메커니즘이 다르고, 따라서 조정해야 할 파라미터도 다르다. 이 세 가지를 구분하지 않고 무조건 사출 압력만 높이거나 속도만 올리면, 한 가지 불량을 줄이는 대신 다른 불량을 키우는 결과가 된다.
가스 기공은 캐비티 내에 갇힌 공기에서 비롯된다. 이 경우는 저속 구간 속도 재검토, 벤트 위치와 크기 확인, 이형제 분사량 조절이 먼저다. 이형제가 과다하면 가스 발생량이 늘어 기공률이 오르는 경우가 있는데, 이 원인을 사출 속도 문제로 오해하고 속도만 만지다가 헛수고를 하는 상황을 여러 번 봤다. 수축 기공은 충전 후 응고 수축을 보상하지 못해 생기는 문제이므로, 증압 압력과 타이밍, 냉각 채널 설계 쪽을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콜드셧은 용탕 선단 온도 저하가 원인이므로, 충전 속도를 높이거나 금형 온도와 용탕 온도를 올리는 방향으로 접근한다.
온도와 사출 속도를 함께 관리하는 공장에서는 결함이 전체적으로 약 15% 정도 적게 발생했다는 데이터도 있다. 파라미터 하나만 고치는 것보다 복수의 변수를 연계해서 조정하는 접근이 훨씬 효과적이다.
사출 조건 최적화, 현장에서 실천하는 방법
파라미터 최적화는 이론보다 데이터가 먼저다. 현재 공정의 베이스라인을 기록하지 않은 상태에서 감으로 조정을 시작하면, 어떤 변경이 어떤 결과를 만들었는지 추적할 수가 없다. 사출 속도, 증압 시점, 증압 압력, 금형 온도, 사이클 타임을 샷 단위로 기록하는 것이 최적화의 출발점이다.
조정 순서는 한 번에 한 가지 파라미터씩 변경하고 결과를 엑스레이나 단면 검사로 확인하는 방식이 기본이다. 여러 값을 동시에 바꾸면 어떤 변경이 효과를 낸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금형 내압 모니터링 시스템을 활용하면 충전 중 실시간으로 캐비티 압력 곡선을 확인할 수 있어, V/P 전환 위치나 증압 타이밍의 적절성을 수치로 검증할 수 있다. 감이 아닌 데이터로 판단하는 공정 관리가 불량률을 지속적으로 낮출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속도와 압력 설정이 품질의 시작이다
다이캐스팅 기포 불량의 상당수는 금형이나 소재 문제가 아닌, 사출 조건 설정에서 시작된다. 저속 구간의 공기 포집 억제, 게이트 통과 속도와 고속 사출의 균형, 충전 직후 증압의 정확한 타이밍, 이 세 가지를 현장 데이터와 함께 체계적으로 관리하면 같은 금형으로도 불량률을 의미 있게 줄일 수 있다. 사출 조건 이력을 기록하고 주기적으로 검토하는 습관이 쌓이면, 신규 금형 트라이아웃 시간도 단축되고 안정 생산까지의 기간도 줄어든다. 지금 당장 현재 공정의 사출 프로파일을 한 번 꺼내 들여다보자. 개선의 실마리가 거기 있을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