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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루미늄 다이캐스팅 라인에서 기공 불량이 갑자기 늘어날 때, 현장 반응은 대개 비슷하다. "사출 속도 올려라", "압력 높여라". 빠르고 강하게 밀어 넣으면 캐비티가 더 잘 채워질 거라는 논리다.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로 속도를 높인 뒤 기공 불량률이 3%대에서 8%대로 두 배 넘게 튀어 오른 경험을 하고 나서야 그 논리가 얼마나 위험한 단순화인지 알게 됐다. 기공은 공정 조건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용탕 흐름, 가스 배출 경로, 금형 상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이 글에서는 속도를 높이면 기공이 줄어든다는 통념을 반박하고, 원인별로 실질적인 판단 기준을 정리한다.

    사출 속도를 높이면 기공이 줄어든다는 통념

    다이캐스팅 현장에서 오래 통용되는 논리가 있다. 빠르게 충전하면 용탕이 응고되기 전에 캐비티 전체를 채우기 때문에 기공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 논리는 절반만 맞다.

    용탕이 너무 천천히 들어가면 중간에 식어버리면서 충전 불량이 생기는 건 사실이다. 그런데 반대로 사출 속도를 과도하게 높이면 난류(turbulence)가 강해지면서 공기를 더 많이 말아들인다. 용탕 선단이 캐비티 벽면에 먼저 부딪히고, 뒤따라 들어오는 용탕이 그 앞의 흐름과 제대로 융합하지 못하면서 그 사이에 공기가 갇히는 구조다.

    CASTMAN이 2025년에 발표한 알루미늄 합금 다이캐스팅 연구에서는 사출 속도를 높일수록 공기 혼입량과 기공 결함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증가했다는 결과를 제시했다. 이 실험에서는 유리창이 달린 특수 금형으로 충전 과정을 직접 촬영했는데, 고속 조건에서 용탕 선단이 파단되면서 공기가 여러 지점에 동시에 갇히는 장면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내 경험도 이와 정확히 일치했다. 기공 위치가 게이트 근처에 집중됐다는 게 핵심 단서였다. 게이트 부근은 용탕이 가장 먼저 고속으로 충돌하는 지점이라 난류 강도가 가장 높다. 원인이 속도 과다인 경우, 이 위치 패턴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정답은 속도를 낮추는 것일까. 그게 또 단순하지 않다. 제품 형상, 게이트 크기, 합금 종류에 따라 적정 범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빠를수록 좋다"는 전제를 버리고, 기공 위치를 먼저 특정해서 원인을 역추적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기공 유형을 먼저 구분해야 하는 이유

    기공은 생긴 위치와 모양만 봐도 원인을 상당 부분 좁힐 수 있다. 이걸 구분하지 않고 공정 조건부터 손대면 엉뚱한 변수를 건드리다 시간만 날린다. 개인적으로는 기공 위치 확인을 원인 분석의 첫 번째 단계로 삼는 것이 가장 실용적이라 본다.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 가스 기공(Gas Porosity): 공기나 가스가 갇혀서 생긴 기공이다. 표면이 비교적 매끄럽고, 구형 또는 불규칙한 형태로 나타난다. 게이트 근처, 충전 마지막 지점, 벤트 불량 위치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 수축 기공(Shrinkage Porosity): 응고 과정에서 수축이 불균등할 때 발생한다. 두꺼운 단면 중심부, 리브(rib) 뒷면 같은 열집중 부위에 주로 나타난다. 내부에서만 확인되는 경우가 많고, 후가공 중에 처음 노출되기도 한다.

    같은 날 같은 라인에서 두 유형이 동시에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이건 금형 온도 불균형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특정 구역은 과열돼 수축 기공이 생기고, 다른 구역은 냉각 과다로 용탕 유동이 나빠지면서 가스 기공이 생기는 식이다.

    기공 불량률을 끌어올리는 실제 원인들

    사출 속도 외에 현장에서 자주 놓치는 원인들이 몇 가지 있다.

    벤트(vent) 막힘은 생각보다 빈번하다. 이형제 과다 분사가 쌓이면 시간이 지나면서 벤트 홀 표면에 막이 형성된다. 가스가 빠져나갈 경로가 좁아지면 당연히 기공이 늘어난다. 그런데 이걸 사출 조건 문제로 착각하고 속도나 압력을 조정하다 보면 실제 원인을 놓치게 된다. 벤트 청소 주기를 정기화하지 않은 라인에서는 이 경우가 의외로 자주 발생한다.

    오버플로우 웰 설계 불량도 원인이 된다. 마그네슘 합금을 대상으로 한 연구(한국금속재료학회지, 권의혁 외)에서 오버플로우 형상에 따른 기공률을 비교했더니, 설계 방식에 따라 기공률이 13.6%에서 4.15%까지 차이가 났다. 이 수치는 동일 공정 조건에서 금형 설계만 바꿨을 때의 결과다. 오버플로우 면적이 내부 게이트 전체 단면적의 60% 미만이 되면 슬래그와 초기 산화 용탕이 충분히 빠져나가지 못하고 캐비티 안에 남는다.

    이형제 관리도 빼놓을 수 없다. 나는 한때 이형제 도포량을 줄이면 잔류 가스가 줄어 기공도 감소할 거라 예상했다. 결과는 달랐다. 도포량을 기존 대비 30% 줄였더니 특정 구역에 기공이 오히려 집중됐다. 원인을 추적해 보니 도포 패턴과 벤트 위치가 맞지 않은 게 문제였다. 이형제 수분이 충분히 증발하기 전에 용탕이 들어오면서 가스를 발생시켰고, 벤트가 그쪽에 없으니 배출이 안 됐던 것이다. 도포량보다 도포 패턴과 블로우 타이밍이 더 중요한 변수라는 걸 그때 확인했다.

     

    다이캐스팅 알루미늄 부품 단면에 나타난 기공 결함 검사 장면
    다이캐스팅 알루미늄 부품 단면에 나타난 기공 결함 검사 장면

     

    진공 주조 전환이 항상 정답인가

    기공 문제가 지속되면 진공 다이캐스팅 도입 얘기가 나온다. 금형 캐비티의 공기를 사전에 제거하면 가스 기공이 크게 줄어든다는 논리다. 실제로 진공 주조로 전환한 제조사들이 불량률을 30% 수준 줄였다는 사례도 있다.

    다만 내 판단으로는, 진공 주조가 만능은 아니다. 수축 기공은 진공으로 해결이 안 된다. 기공의 유형이 수축 기공인데 진공 장치를 도입하면 투자 대비 효과가 거의 없다. 유형 진단이 먼저고, 설비 투자는 그다음이다. 또 진공 시스템이 도입돼 있어도 금형 벤트 관리가 안 되면 효과가 절반으로 줄어든다. 벤트에 이형제 막이 형성되면 진공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체크 순서

    기공이 갑자기 늘어났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기공 위치와 단면 형태 확인이다. 게이트 근처에 구형 기공이 집중됐다면 사출 속도나 벤트 상태를 본다. 두꺼운 단면 중심에 불규칙한 기공이 나타난다면 냉각 조건과 금형 온도 분포를 먼저 점검한다.

    다음으로 최근에 변경된 공정 조건이 있는지를 확인한다. 사출 속도, 이형제 도포량, 벤트 청소 시기, 금형 수리 이력 중 하나라도 변경됐다면 그것을 원래 조건으로 되돌려보는 것이 가장 빠른 진단법이다. 여러 변수를 동시에 바꾸면 어떤 조정이 효과를 냈는지 파악할 수 없다. 변경은 하나씩, 결과는 충분한 쇼트 수를 확보한 뒤 판단해야 한다.

    기공 불량은 공정 조건보다 원인 진단이 먼저다

    속도를 올리거나 압력을 높이는 것은 기공을 줄이는 방법이 아니라 기공 원인을 뒤섞는 방법이 될 수 있다. 기공 위치를 먼저 특정하고, 유형을 구분한 다음, 최근 변경 조건을 역추적하는 순서가 현장에서 가장 빠르고 정확한 접근이다. 벤트 관리, 오버플로우 설계, 이형제 도포 패턴은 사출 조건 조정보다 먼저 점검해야 할 기본 항목이다. 기공은 결국 가스가 빠져나가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다. 가스가 나갈 길을 막고 있는 게 뭔지를 찾는 것이 출발점이다.

    자주 묻는 질문

    Q. 다이캐스팅에서 기공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 가능한가요?

    완전한 제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고속 충전 특성상 어느 정도의 기공은 불가피하게 발생한다. 업계에서는 통상 기공이 주조물 부피의 5% 이내이고 기능 부위에 위치하지 않는 경우 허용 범위로 본다. 목표는 제거가 아니라 위치 제어다.

    Q. 사출 속도 낮추면 충전 불량이 생기지 않나요?

    그렇다. 속도가 지나치게 낮으면 용탕이 캐비티를 채우기 전에 선단부가 식으면서 탕경계나 미충전 불량이 생긴다. 적정 속도 범위는 합금 종류, 제품 두께, 게이트 크기에 따라 달라진다. 기공이 늘어났다고 무조건 속도를 낮추는 것은 또 다른 불량을 만들 수 있다.

    Q. 벤트 청소는 얼마나 자주 해야 하나요?

    라인 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이형제 사용량이 많은 라인은 생산 주기 기준으로 정기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기공 불량이 서서히 증가하는 추세가 보인다면 벤트 상태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다.

    Q. 수축 기공과 가스 기공을 비파괴로 구분할 수 있나요?

    CT 스캔이나 X선 촬영으로 내부 기공 위치와 형태를 확인할 수 있다. 완전히 밀봉된 기공은 외부 육안 검사로는 구분이 불가능하다. 파괴 단면 검사 없이 구분하려면 X선 검사가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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