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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공이 나왔을 때 가장 먼저 어디를 건드리는가. 벤트다. 그다음은 사출 속도, 용탕 온도 순서로 손을 댄다. 맞는 접근이다. 다이캐스팅 기공 불량의 상당수는 실제로 그 조합에서 해결된다. 그런데 그 순서를 다 밟았는데도 기공이 게이트 근처에서 계속 나온다면, 그때는 다른 곳을 봐야 한다. 공정이 아니라 게이트 자체를.
내가 아연 합금 소형 부품 라인에서 겪은 일이다. X-ray 검사에서 기공이 게이트 인근에 몰리는 패턴이 반복됐다. 처음에는 용탕 온도가 낮아서라고 판단했고, 온도를 올렸다. 기공은 오히려 더 넓게 퍼졌다. 원인을 다시 역추적해보니 게이트 단면적이 도면 대비 좁게 가공돼 있었다. 용탕이 좁은 통로를 통과하면서 난류가 심해졌고, 그게 기공의 직접 원인이었다. 공정 조건은 처음부터 정상이었다.
기공 불량을 해결하는 실질적인 출발점은 불량 위치다. 어디서 나오는지를 먼저 확인하면, 원인이 공정인지 금형인지가 빠르게 좁혀진다.
기공이 게이트 근처에 몰린다면 공정보다 금형을 먼저 의심해라
현장에서 기공 불량이 반복될 때 흔히 하는 생각이 있다. "사출 속도를 낮추면 난류가 줄지 않을까." 틀린 말은 아니다. 속도가 높으면 용탕이 캐비티 안에서 뒤 엉기고, 가스를 포집한 채 응고된다. 그런데 게이트 단면적이 설계보다 작게 가공된 경우라면, 속도를 낮춰도 통로가 좁기 때문에 유속은 오히려 더 올라간다. 속도 조건을 바꿔도 기공이 줄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다.
난류가 심해진다는 건 용탕이 뒤엉키면서 방향 없이 흐른다는 뜻이다. 게이트를 지나는 순간 유속이 갑자기 빨라지고, 흐름 전선이 불규칙해지면서 공기를 포집한다. 잘 설계된 게이트는 용탕의 난류를 줄여 가스 혼입을 방지하고, 용탕 선단이 예측 가능하고 제어된 방식으로 합류하도록 유도한다. 이 기준에서 벗어난 게이트, 즉 단면적이 좁거나 형상이 날카롭거나 위치가 잘못된 경우는 공정 조건을 아무리 조정해도 근본적으로 해결이 안 된다.
내가 맡았던 라인에서 게이트를 재가공하기 전까지 시도한 것들을 나열하면 이렇다. 사출 속도 15% 감소, 용탕 온도 10도 상향, 이형제 희석 비율 변경, 벤트 청소. 불량률은 그 기간 동안 거의 변하지 않았다. 게이트 단면적을 도면 기준으로 재가공한 후 다음 로트부터 기공 발생 위치와 발생률이 동시에 안정됐다. 개인적으로는 이 경험 이후로 기공 불량 초기 대응 순서를 바꿨다. 위치 확인 → 형상 확인 → 공정 조건 확인 순서로.
벤트를 청소해도 기공이 줄지 않는다면
벤트 청소는 기공 대응의 기본이다. 가스가 나갈 길이 막혀 있으면 기공이 생긴다는 원리는 맞다. 그런데 벤트를 청소하고 교체했는데 기공이 줄지 않는다면, 벤트가 원인이 아닌 것이다.
금형 내 가스 갇힘 현상은 벤트, 게이팅, 윤활 과정의 오류 또는 금형 부품을 장기간 보관할 경우 발생할 수 있다. 벤트는 그 중 하나일 뿐이다. 기공 위치가 벤트에서 먼 게이트 인근이라면, 가스가 벤트까지 도달하기 전에 이미 용탕 안에 갇힌다는 의미다. 이 경우 벤트를 아무리 손봐도 효과가 없다. 결국 가스가 나갈 길을 막고 있는 게 뭔지를 찾는 것이 전부다.

사출 속도를 높이면 기공이 줄어드는 조건
보통 이렇게 생각한다. 속도가 빠를수록 난류가 심해지고, 난류가 심해질수록 기공이 많아진다. 대체로 맞다. 그런데 속도를 낮췄더니 기공이 오히려 늘어나는 경우가 있다. 이건 탕회불량과 연관된 케이스다.
충진 속도가 너무 느리면 용탕이 캐비티 끝 부분에 도달하기 전에 표면부터 식는다. 선행 응고된 얇은 껍질이 생기고, 후속 용탕이 그 안을 채우지 못하면서 수축 기공이 생긴다. 충진속도가 매우 느린 경우 높은 열손실과 함께 탕회, 탕경 등의 불량을 유발하고, 반면 너무 빠른 충진속도는 난류 유동으로 인하여 금형 내의 게재물이 용탕 내에 포집되어 배출되지 않는다. 즉, 속도가 너무 느려도, 너무 빨라도 기공이 생긴다. 최적 범위 안에서 재료와 부품 형상에 맞게 조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지점이 실무에서 판단을 어렵게 만든다. 기공이 늘었을 때 속도를 낮추는 것이 맞는지, 높이는 것이 맞는지를 단순히 "기공이 많으니까 속도를 낮춘다"는 논리로 결정하면 반대 방향으로 갈 수 있다. 기공 위치와 형상을 먼저 보고 가스 기공인지 수축 기공인지를 구분한 다음 속도 방향을 정해야 한다.
가스 기공과 수축 기공을 구분하는 방법
X-ray나 단면 확인에서 기공 형상이 둥글고 경계가 뚜렷하면 가스 기공이다. 가스가 갇혀 버블 형태로 남은 것이다. 반대로 형상이 불규칙하고 필라멘트처럼 이어지는 형태라면 수축 기공이다. 두꺼운 부위가 늦게 응고되면서 재료가 부족해진 자리에 생긴다.
가스 기공이라면 게이트 설계와 벤팅 방향을 먼저 점검한다. 수축 기공이라면 냉각 속도와 벽 두께 균일성을 먼저 본다. 같은 "기공"이지만 대응 방향이 완전히 다르다. 이 구분 없이 공정 조건만 건드리면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게 된다.
금형 온도 차이가 30도 이상 벌어질 때 생기는 일
금형 온도가 구역별로 차이 나는 건 피할 수 없다. 문제는 그 차이가 얼마나 되느냐다. 내 경험상 같은 금형 내 구역 간 온도 편차가 30도를 넘어서면 응고 속도 차이가 커지고, 두꺼운 부위에 수축 기공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냉각수 유량과 채널 위치를 조정한 후에야 편차를 15도 이내로 줄일 수 있었다.
알루미늄 합금의 경우 용탕 온도를 700도에서 720도 사이에서 안정적으로 유지할 것을 권장하며, 이 범위 내에서 수소 함량이 더 안정적이 되어 응고 중 가스 발생과 관련된 수축 및 기공 결함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공식 권장 범위는 이렇지만, 내가 다뤘던 아연 합금 라인에서는 금형 온도 편차 제어가 용탕 온도 범위 관리보다 기공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 합금 종류에 따라 민감한 변수가 달라진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다만 이건 내가 다룬 아연 합금 소형 부품 한정이다. 알루미늄 대형 부품에서는 결과가 다를 수 있다.
기공 불량 재발 방지를 위한 진단 순서
기공 불량이 생겼을 때 순서 없이 여러 조건을 동시에 바꾸면, 뭐가 효과를 낸 건지 알 수 없게 된다. 다음 번에 같은 문제가 생겨도 반복할 근거가 없어진다. 이 순서대로 점검해 보면 원인이 빠르게 좁혀진다.
- 불량 위치 확인: 게이트 근처인지, 말단부인지, 두꺼운 부위인지를 먼저 파악
- 기공 형상 확인: 단면이나 X-ray로 가스 기공인지 수축 기공인지 구분
- 금형 치수 확인: 게이트 단면적과 벤트 위치가 도면 기준에 맞는지 실측
- 공정 조건 조정: 위 세 가지 확인 후 속도·온도·압력 순으로 조정
공정 조건 조정은 마지막이다. 금형 쪽 원인을 배제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정을 건드리면, 일시적으로 불량이 줄어 보여도 재발한다. CASTMAN 엔지니어링 사례 분석(2025년)에서도 게이팅 시스템 재설계 후 공정 조건 최적화를 병행했을 때 기공 결함이 안정적으로 줄어들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공정과 금형을 따로 보지 말고 함께 봐야 한다는 의미다.
다이캐스팅 기공 불량 자주 묻는 질문
Q. 기공이 게이트 근처에만 계속 나오는데 공정 조건을 아무리 바꿔도 안 잡힙니다.
A. 게이트 단면적이 도면 기준으로 가공됐는지 실측해보는 것을 권한다. 단면적이 좁으면 유속이 올라가 난류가 생기고, 속도·온도 조정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 금형 가공 치수 확인이 먼저다.
Q. 벤트를 교체했는데도 기공이 줄지 않습니다.
A. 기공 위치가 벤트와 거리가 멀다면, 가스가 벤트에 도달하기 전에 이미 캐비티 안에서 갇히는 것이다. 게이트 형상과 러너 설계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
Q. 수축 기공과 가스 기공을 현장에서 빠르게 구별하는 방법이 있나요?
A. 단면을 잘라서 육안으로도 어느 정도 구분된다. 기공이 둥글고 경계가 깔끔하면 가스, 불규칙하고 연결된 형태라면 수축이다. X-ray나 CT는 보다 정확하지만, 긴급 대응이 필요할 때는 단면 확인이 빠르다.
Q. 양산 중 갑자기 기공이 늘어났는데 공정 조건은 바뀐 게 없습니다.
A. 냉각수 유량을 먼저 확인한다. 계절 변화나 냉각탑 상태에 따라 유량이 떨어지면 금형 온도가 조금씩 오르고, 기공이 늘어나는 패턴이 나타난다. 공정 설정값이 같아도 실제 금형 온도가 달라지고 있을 수 있다.
이 주제와 이어서 읽어두면 좋은 글이 몇 개 있다. "다이캐스팅 게이트 설계 기준과 단면적 계산 방법", "수축 기공 원인 분석과 냉각 채널 최적화 사례", "다이캐스팅 사출 속도 프로파일 설정 실무 기준" 같은 주제들이 본 내용과 직접 연결된다.
기공 불량, 공정보다 먼저 위치를 읽어야 한다
기공 불량이 반복될 때 공정 조건부터 손대는 건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하지만 위치가 게이트 근처에 집중된다면, 그 신호는 게이트 자체를 먼저 보라는 뜻이다. 단면적이 도면과 다르게 가공됐는지, 형상이 날카롭지는 않은지, 러너와의 연결이 매끄러운지. 이걸 확인하지 않고 공정만 조정하면 불량은 줄었다 늘었다를 반복한다. 금형과 공정을 함께 보는 시각이 결국 재발을 막는다. 자신의 라인에서 기공이 어느 위치에서 나오는지부터 기록해 두는 것, 그게 진단의 시작이다.